
“틀렸는데. 마셔야겠네” 한나가 어이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한준은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소주잔을 들어 입에 털어 넣었다. “이제 마셨으니까 답 알려주세요” 한나는 잠시 머뭇거리는 표정을 짓다가 툭 내뱉듯이 말했다. “난 내가, 예쁘다고 생각한 적 없어요” 둘 앞에 놓인 빈 소주 병이 세 개 째였다. 한준이 돌아가며 서로에 대해 하나씩 맞춰 보는 게임을 하자고 제안했고, 의외로 한나는 싫어하지 않았다. 한준의 추측이 계속 틀렸고, 마시는 것도 그였다. “아닌데에. 매니저님은 예쁜데, 충분히이이” 얼굴 곳곳이 술기운으로 빨갛게 달아오른 한준은 조금씩 혀가 꼬이고 있었다. “자기가 예쁘다고 생각 안 해요? 정말?” 한준은 술에 취하면 외모답지 않게 애교를 부리는 성격이었다. 한나는 그 모습이 한..

한나는 몸을 최대한 왼쪽으로 기울였다. 서한준은 오른 편에 앉아 골똘히 메뉴판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야?’ 한나는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단발머리를 뒤로 꽁지 묶고 양쪽 귀에는 잔뜩 피어싱을 한, 꽤나 놀 것처럼 보이는 이 밉상인 녀석은 콧노래까지 흥얼거리고 있었다. “오코노미야키랑 참치 타다키, 괜찮으세요?” 한나가 대답 없이 자신을 노려보고 있자 한준은 “그럼, 이렇게 할게요”라고 스스로 답했다. “아 그리고, 술은 하이볼로 한 잔씩 주세요” 혼자 알아서 주문을 마친 한준은 한나를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한나는 이 녀석을 한 대 쥐어 패버리고 싶은 기분이었다. 한준이 한나를 데리고 간 곳은 가로수길의 조그만 이자카야였다. 모든 좌석이 바 형태로 되어 있어 나란히 앉을 수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