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토라세 방배점에서 (34)
후반부의 주인공은 유영빈이었다. 10번 홀부터 영빈의 스코어가 갑자기 좋아졌다. 파 세이브 세 번, 보기 네 번으로 함께 나온 넷 중에 가장 잘 쳤다. “갑자기 무슨 바람이냐. 아까 막걸리에 약이라도 탄 거냐”라는 동기들의 농담에 영빈은 웃으며 주머니 속에 들어있는 골프공을 다시 한번 손에 쥐었다. 4년 전, ‘백인대장’ 한백인 상무와의 처음이자 마지막 라운딩에서 그가 준 공이었다. 방금 한백인의 말대로 영빈은 고개를 들어 골프장 풍경을 눈에 담으려 해봤다. 매일 보던 회색 건물 대신 초록색과 노란색, 빨간색이 곳곳에서 이슬을 머금은 채 반짝이고 있었다. 늘 기운 빠진 듯 한숨만 쉬고 다니던 박윤수 팀장이 얼굴에 홍조를 띤 채 빙긋 웃고 있었다. 동반자로 같이 온, 별로 가깝게 이야기 한 적 없던 고객분..
[소설] 팀장 호진씨의 일일
2022. 10. 4. 14:05
최근에 올라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