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당황한 것은 서한준이었다. 유리는 여전히 한준을 바라보며 질문의 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때 보이기는요. 요즘은 한 과장님하고 점장님하고 사이가 좋아 보여서, 그냥” 방금 전의 장난기 가득한 모습을 잃고 소심하게 말꼬리를 흐리는 한준을 대신해 영빈이 지금의 어색함을 수습하려는 듯 끼어들었다. “맞아요. 우리가 어때 보이긴. 좋게 지내는 걸로 보이죠 뭐. 이제 그만하고 다른 재밌는 얘기해요” 그의 말에 유리는 아쉬운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쓴웃음을 지었다. 그 옆에서 팔짱을 끼고 앉아있던 강한나가 감고 있던 두 눈을 부릅 뜨고는 손가락을 세워 삿대질하듯 영빈 쪽을 가리켰다. “아, 진짜. 남자가 대체 왜 그래요!” 영빈은 지난 회식에서 처음 봤던 그녀의 모습이 기억났다. 한나는 계속해서 큰 소리로..
예쁘긴 하네요. 강한나 매니저가 주변을 훑어보며 말했다. 커다란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수백 그루의 나무들 중 몇몇은 성미 급하게도 하얀 벚꽃잎을 벌써 가지 위에 피워냈다. 원형 극장 형태로 계단 좌석이 늘어선 곳 중앙의 광장에서 한나와 유영빈 점장이 가설 매장을 세우는 현장을 점검하는 중이었다. “이제 일주일 뒤면 엄청 멋있어질 거예요. 워낙 벚꽃으로 유명한 곳이니까” 영빈이 ‘봄바람 휘날리며~’라고 노래를 읊조리기 시작하자 한나는 ‘완전 아저씨네’라는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째려 보고는 누가 볼까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아이스 음료의 매출이 갑자기 늘어나기 시작하면 카페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봄이 왔음을 체감한다. 또 한 가지 변화는 테이크 아웃 주문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음료를 들고 밖으로 나가 따스해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