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서 망치로 못 두드리는 소리와 철을 자르는 듯한 전기톱 소리가 들려왔다. 재즈 페스티벌 팝업 매장은 가장 큰 규모의 메인 스테이지와 중형 무대를 오가는 길 중간에 위치해 있었다. 흙으로 된 바닥 위에 나무판으로 된 지지대가 설치되어 있었고 몇 군데 기둥이 올라가는 중이었다. 인부들이 쉬는 시간인지 공사 현장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우리가 있는 이 동선이 제일 붐빌 듯한데요. 매장 규모도 지난 벚꽃 때보다 두 배 정도 되고요” 한준이 주위를 유심히 살펴본 후 말했다. “잘 아네요? 한준 씨 여기 처음 와보는 게 아닌가 보네” “지난 몇 년 동안 페스티벌 취소되었을 때 빼고는 매번 왔어요. 재즈 좋아해서요” 한나는 그의 계속되는 의외의 모습에 속으로 적잖이 놀라고 있었다. 머리 좋은 것만 믿고 까불..
200만 원이면 충분할 줄 알았는데, 잘 못 생각한 걸까. 이 집의 한우 등심은 우리가 싹쓸이할 기세였다. 주간, 야간 모두 해서 카페 토라세 방배점 구성원 16명이 모두 모인 첫 회식이다. 어린 친구들이라 그런지 먹성도, 서로 쉽게 친해지는 것도, 과연 젊은 게 좋구나 싶은 모습이었다. “아니, Z세대 친구들은 소맥을 반반씩 타나? 이거 맥주잔이 소주처럼 투명한데?” “네에, 이건 점장님 스페셜로 제조했습니다! 마셔라, 마셔라!” 남자 직원들에 둘러싸여 있으면 매번 이 모양이다. 하긴 나도 어렸을 때 회식이면 이런 식으로 술로 상사를 골탕 먹인 곧잘 있었으니까. “에라, 모르겠다. 마시고 죽지 뭐! 건배!” 내가 내민 맥주 글라스에 같이 부딪혀 오는 잔 중에 검은색이 유난히 눈에 거슬렸다. 잔을 비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