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들이 미묘했다. 정만호가 만든 매실과 유자 케이크의 첫 시식 자리였다. 매장 사무실에 모인 직원 누구도 쉽게 입을 열지 못하고 있을 때, 강한나 매니저가 담담히 말했다. “못 먹을 정도는 아니지만, 두 번 먹을 것도 아니네요” 뭐라 말해야 할지 주저하던 유영빈 점장은 차라리 돌직구인 한나의 성격이 고마웠다. 며칠 동안 고심한 케이크의 반응이 시원치 않자 실망한 표정인 만호를 대신해서 함께 아이디어를 도왔던 민주가 물었다. “어떤 점이 부족한가요?” “보기에는 예쁜데 말이지…” 영빈이 녹색의 매실이 맛깔스럽게 올려진 케이크를 바라보고 있을 때, 단발머리를 뒤로 묶은 서한준이 말을 이었다. “매실의 신맛과 케이크의 단맛이 어울리지 않고, 서로 부딪히고 있어요” 한준의 의견에 사무실에 모인 모두가 수긍한 ..
“아, 그리고 한 번 기다려 봐. 이런 분위기면 우수 점포로 대표 명의 포상 받을 수도 있을걸?” 팀장은 역시 마케터 출신이 하는 매장이라 다르다며 격려해 준 후 통화를 마쳤다. 어안이 벙벙한 채 앉아있던 내게 문득 좋은 생각이 스쳤다. “우리 매장 이름으로 검색하면 포스트, 몇 개 정도 나와요?” “음… 못해도 300개는 넘겠는데요” 민주도 어느새 자기 핸드폰으로 인스타그램을 열어 손가락을 움직이며 답했다. 한나는 내가 무슨 말을 할지 눈치챘는지 입술을 잘근대며 씹고 있었다. “아직 확정된 건 아니지만, 어쩌면 우리 매장이 대표님 포상 받을 수도 있다고 하네요. 강 매니저님. 포상 받는 직원은 어떻게 되는지 알죠?” “네. 경우에 따라서는 특진도 되고, 최소한 진급에 가산점이 붙습니다” 한나는 단어 하..
민주가 집어 든 것은 케이크 옆에 놓여있던 칼이었다. 손가락으로 칼 손잡이 끝부분을 몇 번 쓰다듬더니 만족한 듯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칼을 들었을 때 만호는 ‘이게 뭐 하는 짓이냐’고 한마디 하려 했으나 민주의 다음 행동을 보고 들어 올리려던 손을 다시 내렸다. 작은 소리로 노래를 흥얼거리며 민주는 바지 뒷주머니에서 초콜릿 캔디 봉지를 꺼냈다. 동그란 초콜릿 알갱이를 색깔 별로 도마에 늘어놓고 칼을 뒤집어 손잡이 끝부분으로 잘게 부수기 시작했다. 콩콩콩. 조용한 주방에서 도마 소리만 한동안 울려 퍼졌다. 잠시 후 민주가 빙긋 웃으며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던 만호에게 이리 오라는 손짓을 했다. “제가 이거 하나만 조금 손대 봐도 될까요?” 민주는 비닐 포장 작업만 남아 있는 치즈 케이크 하나를..
민주는 내가 제시한 조건의 무서움을 아직 모르고 있다. 눈물까지 글썽이며 맑게 웃는 민주를 보는 한나가 오히려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저기, 민주 씨. 그런데 쉽지 않을 거예요. 너무 과한 과제를 준 게 아닌가 난 미안한데…” 강 매니저를 설득하기 위해서라도 만만한 조건을 내걸 순 없었지만, 일주일 뒤면 민주를 데리고 장난친 것 같은 모양새가 될까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자, 내가 상황을 말해 줄게요. 고객 의견 접수는 매장 당 많아야 한 달에 열 건을 넘지 않아요. 게다가 거의 불만 접수고요. 칭찬? 한 달에 하나 들어오면 그 매장은 기록 세운 거지. 이제 그렇게 헤헤 거리고 웃을 일이 아니라는 것. 이해가 돼요?” “네 겁나요. 그래도 점장님이 제가 할 수 없는 일을 맡기셨다고 생각하지 않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