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화꽃이 빛나던 밤의 ‘슬픔이여 안녕’
호진의 기억에 가장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가장 행복한 색으로 기억된 날은 중학교 2학년 봄, 어느 토요일 오후다. 오전 수업을 마치고 방에 누워 있으면 창을 통해 따스한 봄햇살이 들어왔다. 마당의 아카시아 꽃 향기가 살며시 그 안에 포개져 반짝였다. 숙제는 내일 해도 되는, 아무런 부담없는 토요일이다. 조금 이따가 친구들과 고속터미널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 풍경과 늘 함께 귓가에 울리는 것은 일본 노래였다. 지금도 듣고 있는 노리유키 마키하라, 안전지대 등의 노래는 그때의 풍경을 그대로 눈앞에 펼쳐주곤 했다. 여느 중학생이 그랬듯, 공부해서 좋은 대학 가는 것 외에 다른 목표를 가지지 못하던 호진에게 일본은 ‘어른이 되면 누리게 될’ 멋진 신세계였다. 고속터미널 지하 상가에 있던 ‘일본노래 빽판 가게’..
[소설] 팀장 호진씨의 일일
2021. 9. 14.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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