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요즘도 SWOT 분석에 매달리는 사람이 있어요?” 호진은 전화기 넘어 강혁의 하소연을 한참 듣다가 어이없다는 듯 물었다. “이미 추진하기로 결정한 일을 그 자식이 계속 반대하니, 참 미치겠다니까. 구 팀장이 우리 좀 도와줘” 컴택 사업전략팀장과의 미팅에 참석해서 자신을 도와달라는 강혁의 요청이었다. 엄밀하게는 광고 관련된 일이 아니었기에 굳이 같은 회사도 아닌 호진이 끼어들 이유는 없었다. 오히려 광고주 내부의 일에 참견하는 것이 잘 못하면 광고 대행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었다. 강혁과의 통화 후에도 쉽게 판단이 서지 않은 호진은 희철을 찾아갔다. “애매하긴 하네. 가만, 사업전략팀장이면 나도 몇 번 만난 적이 있긴 하다” “어떤 사람인데요?” “뭐라고 해야 하나. 만만치 않아. 좀 재수는 없지..
희철 상무가 본부장실에서 나와 호진의 책상으로 걸어왔다. 다음 주 예정인 신규 광고주 경쟁PT 준비로 계속 새벽에 퇴근한 호진은 멍한 상태로 제안서가 띄워진 모니터를 보고 있었다. “구 팀장님 열일 하시네” 희철이 보조 의자를 가져와 호진 옆에 앉으며 농담을 던졌다. “이제 며칠 안 남았는데. 뭔가 아직 부족해요. 어떻게 해야할지 감을 못 잡겠네” “설마 네가 다 하려고 생각하는거야? 이제 생각만큼 머리 안 굴러가는 나이야. 빠릿한 팀원들 믿고 좀 맡겨봐” 희철의 말이 맞았다. 미덥지 못해 보이던 팀원들이었으나 이번 PT 준비에서 호진이 생각하지 못한 시각에 감탄하는 일이 많았다. 만사 귀찮아 하던 건식이 무슨 바람인지 참신한 인사이트를 제안했고 기대하지 않았던 기획서의 플롯을 마련해 왔을 때 호진은 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