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설이 어쩌다 맞았다는 건 운이 좋았을 뿐
토요일 오후 카페에는 빈자리가 거의 없었다. 호진이 들어갔을 때 노트북 전원을 꽂을 수 있는 자리에 있던 커플이 마침 자리를 정리하고 있었다. 호진은 의자에 앉아 아메리카노를 홀짝이며 아내가 요즘 저기압인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려 했다. 오늘 아침에 아내는 또 한 번 폭발했다. 그 모습을 보고 집에 같이 있다가는 자기에게도 불똥이 튈 것 같아 서둘러 도망쳐 나온 길이었다. 엄마와 단둘이 남은 아들은 방에 갇혀 밀린 숙제를 하며 눈치 볼 것이 뻔해 미안한 마음도 들었지만, 자신이 집에 있으면 오히려 아내의 화를 돋울 것 같았다. 이리저리 생각해 봤지만 아내의 독기 서린 표정만 눈앞에 그려질 뿐 왜 그런지 헤아릴 수 없었다. 호진은 작게 한숨 쉬며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내 전원을 연결했다. 거의 십 년째 쓰고..
[소설] 팀장 호진씨의 일일
2022. 1. 5.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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