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어록 번호를 입력하기 전에 벨을 누른다. 아내와의 암묵적인 약속이었다. 집 앞에 왔다는 걸, 곧 들어간다는 걸 벨소리로 알린다. 그러면 서로 마주치기 전에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다. 할 말은 뻔했다. 왔어? 응. 밥은? 내가 대충 챙겨 먹을게. 누가 먼저 왔느냐에 따라 묻고 답하는 순서만 다를 뿐이다. 마주하고 식탁에 앉지 않는다. 거실에 햇빛이 들어오는 날에는 TV 위에 쌓인 먼지가 보인다. 곧 서로의 방은 닫히고 각자의 밤을 보낸다. 나는 방에서 강의 준비를 하거나 학생들의 리포트를 채점한다. 브랜드 수업을 주로 맡아서인지 새로운 사례가 많다. 불과 몇 년 전에 잘나가던 스타트업도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때이니 그럴 만도 했다. “정말이지 피곤한 전공을 골랐어. 옛날 교수들은 한 교재로 십 년도..
[소설] 팀장 호진씨의 일일
2022. 7. 4.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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