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 뿐이다, 이만하면 됐다 싶을 때까지
우산을 털고 계단을 내려갔다. 폐점 한 시간 전, 서점은 비 때문인지 한산했다. 호진이 예상한 대로였다. 이 시간의 풍경을 좋아했다. 사람들은 드문드문하고, 챙겨 온 중고책을 팔려고 늘어선 줄은 없었다. 직원들의 얼굴엔 하루 일과의 피곤이 누적되어 있으나, 이제 또 하루 넘겼다는 안도감이 편안하게 걸쳐 있었다. 공간을 느슨하게 채우는 노곤함과 적막함에 호진 또한 느긋해질 수 있었다. 손님이 아무도 없진 않았다. 만화책 서가와 동화책이 있는 곳에는 한두 명 정도 있었다. 어린이 서적 코너에서 종이에 적어온 리스트를 유심히 보거나, 스마트폰으로 책 이름을 검색하는 사람은 대개 엄마들이었다. 학교에서 준비해오라고 한 ‘학년별 권장도서'를 찾고 있을 것이다. 호진 역시 아들이 저학년일 때 몇 년 간 했던 일이기..
[소설] 팀장 호진씨의 일일
2021. 10. 10.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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