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요즘도 SWOT 분석에 매달리는 사람이 있어요?” 호진은 전화기 넘어 강혁의 하소연을 한참 듣다가 어이없다는 듯 물었다. “이미 추진하기로 결정한 일을 그 자식이 계속 반대하니, 참 미치겠다니까. 구 팀장이 우리 좀 도와줘” 컴택 사업전략팀장과의 미팅에 참석해서 자신을 도와달라는 강혁의 요청이었다. 엄밀하게는 광고 관련된 일이 아니었기에 굳이 같은 회사도 아닌 호진이 끼어들 이유는 없었다. 오히려 광고주 내부의 일에 참견하는 것이 잘 못하면 광고 대행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었다. 강혁과의 통화 후에도 쉽게 판단이 서지 않은 호진은 희철을 찾아갔다. “애매하긴 하네. 가만, 사업전략팀장이면 나도 몇 번 만난 적이 있긴 하다” “어떤 사람인데요?” “뭐라고 해야 하나. 만만치 않아. 좀 재수는 없지..
’30분 정도 늦겠다 미안’ 판교 역에 거의 다 왔을 때였다. 호진의 휴대폰 화면에 장호황이 보낸 메신저가 떴다. 시계를 보니 저녁 여섯 시 십분 전이었다. 약속 시간에 늦는 건 매번 있는 일이기에 호진은 그러려니 했다. 어차피 광고주 외근을 일찍 마치고 약속 시간보다 먼저 온 것은 자신이었다. 그 동안 뭐해야 하나 생각하고 있을 때 메시지 알림이 또 울렸다. ‘내리면 바로 백화점이니 거기서 놀고 있어’ 말 그대로 지하철 역 출구가 바로 백화점으로 이어져 있었다. 여느 백화점보다 훨씬 더 화려한 출입문 앞에 선 호진은 오픈할 당시 인산인해를 이뤘다는 기사가 기억났다. 드나드는 사람들의 수와 안에서 웅성거리는 소리는 평일 저녁이라는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호진은 백화점을 자주 드나드는 편이 아니었지만 지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