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김정후, 너 담배 피우고 왔지!” 스터디룸에 들어오자마자 또 난리다. 한 손으로 코를 막는 시늉을 하는 그 애를 보고 후배가 웃었다. “언니. 냄새에 되게 민감하네요. 정후 오빠 이제 아저씨니까 좀 봐줘요” “그니까. 옛날에는 안 폈는데. 군대에서 아주 나쁜 것만 배워 왔다니까” 공기를 휘젓듯 손을 흔드는 모습이 얄밉다. 저 망할 년이랑 같은 조를 하는 게 아니었는데. 복학한 첫 학기 전공 수업에서 몇 안 되는 아는 얼굴이었다. 동기 여자애들은 거의 졸업했거나 취업 준비 중이었고 난 개강 시점에 군대 기간을 맞췄지만 친한 녀석들은 아직 제대 전이었다. 모르는 동네로 전학 온 초등학생 같은 기분으로 얼떨떨하게 강의실 의자에 앉아 있을 때 누가 어깨를 툭하고 쳤다. “김정후, 오랜만이다” “어? 너,..
있잖아. 어제 저녁에 네 생각이 났어. 정확히는 네 냄새가 바람에 실려 있었어.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가는 길, 여름 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였어. 이맘때의 바람은 가끔 옛 기억을 떠올리게 해. 이번은 너였지. 너의 등에 딱 붙은 채 네 허리를 꼭 안고 달리던 때 맡았던 냄새. 그리고 네 파란 바이크. 아무것도 안 해도 좋을 때였지. 무엇이든 하려면 다 할 수 있는 나이였지만 그게 그렇게 되니. 시간은 손에서 흘러내릴 듯 많으리라 생각할 때였잖아. 매미 소리에 눈이 떠지면 그저 천장만 바라보며 한동안 누워있던 여름 방학이었어. 스마트폰 같은 건 없었으니 왜 이걸 보고 있는지 모르면서도 손가락을 놀릴 일도 없었고. 오늘은 무얼 할까, 누굴 만날까, 침대 위에서 꼼지락거리고 있을 때 창밖에서 귀여운 소리가 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