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네. 왜 서로 따로 다녀요? 아까는 작은 아저씨 혼자 만나러 오더니” 얘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지. 현준은 앨리스의 얼굴을 알아보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아까 기타! 작은 아저씨? 재경이 형? 만났어요? 어디서? 형 지금 어디 있어요?” 단어를 더듬대다가 질문을 쏟아내는 현준에게 앨리스는 안경 너머 투명한 눈빛으로 답했다. “사지요. 사지로 간다고 해서 알려줬어요” 시디 가게로 내려오자마자 재경은 앨리스를 다시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직 멀리 가지는 않았을 거야. 이 사람은 거기를 알겠지. 재경에게 화장실에 다녀온다고 말하고는 서둘러 계단을 올랐다. 헤드폰을 걸치고 걸어가는 앨리스가 보였다. 저기요. 재경은 숨을 뱉어내며 앨리스를 세웠다. 마치 다시 올 것을 알았다는 듯 재경을 향한 그녀의 ..
홍대입구역 9번 출구 앞은 변한 듯 변하지 않았다. 아들이 친구 생일 파티에 엄마와 함께 초대받은 토요일 오후였다. 예상치 못한 반나절 휴가를 얻은 호진은 20대 추억이 깃든 거리를 오랜만에 찾았다. 어제 TV 프로그램이 이끌어낸 아련한 기억 때문이었다. 10여년 전 녹화된 어느 모던록 밴드의 출연 영상이 그 때 여름의 냄새와 소리, 사람들을 불러왔다. 호진 자신이 홍대의 일원인 듯 주말 밤마다 골목을 쏘다니고, 취하고, 춤추던 그 때를 떠올린건 아주 오랜만이었다. 건물이 새로 올라간 것 같았다. 역 입구에 어떤 가게가 있었는지는 잊었지만 풍경은 시간이 흘러간만큼 변했다. 토요일 저녁이면 약속 상대를 기다리던 사람들로 웅성이고, 담배 연기가 곳곳에서 피어오르던 모습은 없어졌다. 하지만 한껏 차려입은 젊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