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자식은 없기를 바랐는데. 조금 늦게 도착한 족발집에 조영욱이 있었다. 몇 안 남은 회사 동기들이 모이는 자리이니 녀석이 빠질 리 없지만, 오늘은 또 무슨 꼬투리로 이죽거릴지 생각하니 벌써부터 술맛이 떨어졌다. “이야. 역시 유영빈이야. 현장 나간 지 얼마나 됐다고, 최우수 매장 포상도 받고” “야, 그냥 부러우면 부럽다고 해라. 넌 영빈이만 보면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냐” “칭찬하는 건데? 너, 옛날처럼 볼드모트로 변한 건 아니지? 주변 사람들 쥐어짜서 성과 만드는 게 네 특기잖아?” 이 자식이. 한 마디 쏘아붙이려 할 때였다. 인사팀 정지호가 “야야. 오랜만에 만나서 왜들 그래. 한잔하자”라며 분위기를 가라앉혔다. “그리고 영빈이 이제 변한 거 알잖아. 방배점 분위기 좋다고 소문이 자자하던데. 쥐어짜..
“제안 잘 들었습니다. 질문이 몇 가지 있는데요, 혹시 스타트업을 클라이언트로 일해본 경험이 있나요?” 화상회의 모니터의 얼굴들에 약간 당혹한 표정이 스쳤다. “자기 돈 넣고 광고하는 스타트업 사람들은, 퍼포먼스 광고에서 어떤 지표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나요?” 새로 교체한 광고 대행사의 제안을 받고 호진이 처음으로 던진 질문이었다. 예상했던대로 답은 두리뭉실했다. “어느 한 지표를 콕 집기는 어렵네요. UV를 보는 경우도 있고, ROAS에 민감한 경우도 있습니다. 아, 요즘은 회원 숫자는 그리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게 트렌드이긴 하구요…” 호진이 말을 이어갔다. “제가 디지털 마케팅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최근에 지인들의 스타트업을 도우며 그들이 광고 등 마케팅 하는 것을 보며 배운 것이 있습니다. 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