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이름값 좀 해라. 이름은 무슨 무협지 주인공 같은 놈이 그렇게 소심해서야. 쯧” “송구합니다. 반성하겠습니다” 컴택 마케팅팀 강혁 팀장이 오쌍진 상무 앞에서 새빨개진 얼굴을 푹 숙였다. 쌍진은 방금 회의에서의 분이 아직 가라앉지 않은 듯 숨을 거칠게 몰아쉬고 있었다. “왜 재무부문 애들이 딴지 걸어올 때 한 마디도 못해? 걔들이 어이구 그러세요, 돈 쓰고 싶은 만큼 쓰셔야죠, 하는 애들이냐? 싸워서 가져와야 될 거 아니야!” “그래도 스마트폰 시장이 예전 같지 않은데 전년 대비 광고판촉비 130% 증액은 좀 무리가 아니었을까요…” “야 이 등신아! 네가 짠 예산 아니야?” 쌍진이 소리를 버럭 질렀고 강혁은 그보다 머리 두 개 정도 큰 키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공손히 맞잡은 두 손을 꽉 쥐며 고개..
‘Welcome. 컴택 광고주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사무실 입구 옆 모니터에 환영 인사 문구가 잘 떠 있나 호진은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폰트가 좀 촌스럽지 않아? 좀 엣지있는 폰트로 바꿀까?” 손병환 차장이 호진 옆에서 고개를 갸우뚱하며 모니터를 노려보고 있었다. “팀장님, 광고주보다는 영어로 클라이언트라고 하는게 낫지 않겠습니까?” “손 차장이 알아서 챙겨줘. 난 회의실 점검하러 갈게” 호진은 대회의실로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오경근 과장이 회의실 중앙의 빔 스크린 화면에 띄워진 내년 커뮤니케이션 전략 제안서의 페이지를 넘기며 마지막 점검을 하고 있었다. 팀의 막내 유진은 테이블 위에 음료수와 다과를 준비하고 있다. 이미 병환이 몇 차례에 걸쳐 잊지 말고 매실 음료로 준비하라고 이야기해 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