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컴택 광고주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사무실 입구 옆 모니터에 환영 인사 문구가 잘 떠 있나 호진은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폰트가 좀 촌스럽지 않아? 좀 엣지있는 폰트로 바꿀까?” 손병환 차장이 호진 옆에서 고개를 갸우뚱하며 모니터를 노려보고 있었다. “팀장님, 광고주보다는 영어로 클라이언트라고 하는게 낫지 않겠습니까?” “손 차장이 알아서 챙겨줘. 난 회의실 점검하러 갈게” 호진은 대회의실로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오경근 과장이 회의실 중앙의 빔 스크린 화면에 띄워진 내년 커뮤니케이션 전략 제안서의 페이지를 넘기며 마지막 점검을 하고 있었다. 팀의 막내 유진은 테이블 위에 음료수와 다과를 준비하고 있다. 이미 병환이 몇 차례에 걸쳐 잊지 말고 매실 음료로 준비하라고 이야기해 놓..
일주일에 두세 번 호진을 찾아오는 회사 후배 K의 레파토리는 항상 똑같다. “내려가서 음료수 하나 사주세요.” 185cm 정도 키에 시원한 이목구비, 한달 전 이례적으로 30대 후반에 팀장이 된 요즘 회사의 ‘라이징 스타’다. 왜 그런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서로 많은 말을 섞지 않아도 호감이 가는 사람. K에게는 호진이 그랬고, K도 호진의 인상이 좋게 남아 있었다. 완구 카테고리를 담당하는 그가 상대적으로 어린 나이에 팀장이 된 것은 이전 팀장 J의 급작스런 퇴사 때문이기도 했다. J와 호진은 경력사원 입사 동기였고, 동갑인 둘은 금새 경력직으로서의 속내를 서로 터놓는 친구 사이가 됐다. 나중에 알고 보니, K 또한 J를 팀장이 아닌 마음으로 따르는 형님으로 생각했고, 꽤나 잘 지냈던 모양이다. 호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