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잖아. 어제 저녁에 네 생각이 났어. 정확히는 네 냄새가 바람에 실려 있었어.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가는 길, 여름 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였어. 이맘때의 바람은 가끔 옛 기억을 떠올리게 해. 이번은 너였지. 너의 등에 딱 붙은 채 네 허리를 꼭 안고 달리던 때 맡았던 냄새. 그리고 네 파란 바이크. 아무것도 안 해도 좋을 때였지. 무엇이든 하려면 다 할 수 있는 나이였지만 그게 그렇게 되니. 시간은 손에서 흘러내릴 듯 많으리라 생각할 때였잖아. 매미 소리에 눈이 떠지면 그저 천장만 바라보며 한동안 누워있던 여름 방학이었어. 스마트폰 같은 건 없었으니 왜 이걸 보고 있는지 모르면서도 손가락을 놀릴 일도 없었고. 오늘은 무얼 할까, 누굴 만날까, 침대 위에서 꼼지락거리고 있을 때 창밖에서 귀여운 소리가 났..
둘의 첫 식사는 칼국수였다. 겨울이었다. 오는 길에 따왔다며 내밀 과일이 없을 계절이었다. 영수가 순영의 책상을 찾지 못한 채 몇 주가 흐른 후, 종일 눈이 내리던 날이었다. 퇴근 시간이 가까워지며 눈은 그쳤다. 순영 자리로 걸어오던 영수는 아무 말 없이 무언가를 놓고 지나갔다. 반듯한 정사각형 모양으로 네 번 접힌 종이였다. - 과일 값 주세요 또박또박한 글씨로 쓰인 문구를 보고 풉. 순영은 자기도 모르게 나오는 웃음소리를 숨기려 손으로 입을 가렸다. - 일곱 시에 백조 다방에 있겠습니다. 부담되시면 안 오셔도 됩니다. 순영은 대각선 뒤쪽의 영수 자리로 고개를 돌렸다. 비어 있었다. 누가 볼까 싶어 종이를 얼른 서랍에 넣은 순영은 남은 비용 처리를 계속했다. 계산이 자꾸 틀렸다. “안 오실 줄 알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