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됩니다” 영빈이 뉴욕 크로넛을 집으려 할 때 한나가 딱 잘라 말했다. “아니, 나도 한 번은 먹어봐야 되지 않나 싶어서…” “이곳 분석은 끝났는데, 굳이 회사 돈을 낭비할 필요가 있나요?” 한나는 손에 들려있는 법인 카드를 가볍게 흔들었다. 누가 회계팀 강철 여전사 아니랄까 봐. 영빈은 작게 한숨 쉰 후 말했다. “됐다. 내 돈으로 살게요. 강 매니저도 먹고 싶은 거 있으면 골라요” 한나는 바로 집게를 들고는 영빈이 들고 있는 쟁반에 빵을 담기 시작했다. “그럼,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확실히 느끼하긴 하군요. 한준 씨의 데이터 분석 결과가 이해됩니다” “거, 엄청 잘 먹는 사람이 하는 말이라 묘하게 설득력이 없네요” 세 개 째의 크로넛을 쉬지 않고 입에 집어넣는 한나를 보며 ‘방금 전까지 먹지 말..
한껏 상기된 얼굴의 만호가 한 “좋아해요”라는 말에 민주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정말이에요?” 어설픈 자신의 고백에 대한 민주의 답을, 만호는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 빵이, 정말로 그렇게 좋아요? 난 그 정도는 아니던데” 안심한 건지, 우스운 건지, 서운한 건지 알기 어려운 표정을 짓고 있는 만호를 앞에 둔 채 민주는 접시의 빵을 하나 더 집어 입에서 우물거렸다. “아. 계속 먹으니까 느끼해요. 역시 난 셰프가 만든 케이크가 더 좋아” 민주와 만호를 시작으로 노라 크로넛을 상대로 한 스파이 작전은 계속되었다. 2주 정도 지났을 때 거의 모든 메뉴의 탐색이 마무리되었고, 아침 조회 시간에 다시 전 직원이 사무실에 모였다. “여러분 덕분에 여러 가지 생생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영빈이 노트북에 탐..
개장 전 아침, 카페 토라세 방배점 사무실의 분위기가 사뭇 무거웠다. 유영빈 점장과 강한나 매니저를 비롯한 매장 직원 모두가 모여 있었다. “오늘 아침 조회는 안 좋은 소식으로 시작해야겠군요” 영빈은 사무실 중앙의 테이블 위에 놓인 종이를 다시 한번 들여다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한동안 매출 신장을 기록하던 우리 매장이, 지난달부터 매출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한나는 뿔테안경 오른쪽을 두드리는 것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었고, 몇 명의 직원들은 분위기에 동참하는 듯 침울한 표정을 지으려 애쓰는 중이었다. 민주를 비롯한 몇몇만 천진난만, 혹은 무관심한 얼굴이었다. “강 매니저님. 이유가 뭘까요?” 영빈의 질문에 기다렸다는 듯 한나가 한 걸음 앞으로 나와 테이블 위에 두 손을 올렸다. “어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