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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껏 상기된 얼굴의 만호가 한 “좋아해요”라는 말에 민주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정말이에요?”
어설픈 자신의 고백에 대한 민주의 답을, 만호는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 빵이, 정말로 그렇게 좋아요? 난 그 정도는 아니던데”
안심한 건지, 우스운 건지, 서운한 건지 알기 어려운 표정을 짓고 있는 만호를 앞에 둔 채 민주는 접시의 빵을 하나 더 집어 입에서 우물거렸다.
“아. 계속 먹으니까 느끼해요. 역시 난 셰프가 만든 케이크가 더 좋아”
민주와 만호를 시작으로 노라 크로넛을 상대로 한 스파이 작전은 계속되었다. 2주 정도 지났을 때 거의 모든 메뉴의 탐색이 마무리되었고, 아침 조회 시간에 다시 전 직원이 사무실에 모였다.
“여러분 덕분에 여러 가지 생생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영빈이 노트북에 탐색 내용을 정리한 파일을 다시 한번 훑어보며 말을 이었다.
“그곳의 손님들이 가장 많이 주문한 것은, 베이커리에선 역시 대표 메뉴인 뉴욕 크로넛이었고. 음료는 어느 하나로 쏠리지는 않았네요.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많았던 건 특별한 경우로 보기는 어렵고요. 뭐 우리도 마찬가지니까”
“인테리어도 그다지 다를 건 없었습니다. 창고 같은 분위기의 로프트 스타일은 이제 새로울 것도 없으니까요”
한나가 팔짱을 낀 채로 서서 말했다.
“음. 그럼 결국은 우리도 베이커리 차별화를 해야 한다는 결론인가요…”
영빈도 뭔가 뾰족한 생각이 안 떠오르는 표정을 지으며 말 끝을 흐릴 때였다.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게 있는데요”
테이블을 빙 둘러서있는 직원들 뒤 편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 한준 씨구나. 어떤 건데요?”
서한준이 테이블 쪽으로 걸어왔다. 단발머리를 뒤로 묶고 심플한 모양의 피어싱을 양쪽 귀에 여러 개 한 모습이, 매장 유니폼을 입고 있었지만 곳곳이 찢어진 배기 스타일의 청바지 때문인지 당장 클럽에 가도 될 것 같은 분위기였다.
“소셜 미디어를 보면 뭐랄까, 평이 조금 갈리는 걸로 보여서요”
한준은 손에 들고 있던 태블릿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화면을 켰다. 자신이 만든 것으로 보이는, 원형 그래프와 인스타그램 화면을 캡처한 이미지가 편집된 문서가 나왔다.
“지난 한 달 동안 노라 크로넛 해시태그로 포스팅된 후기 내용을 데이터 분석해 봤습니다. 긍정 내용 못지않게 부정적인 정서도 꽤 있었어요. 비중으로 치자면 6 대 4 정도 됩니다”
영빈은 한준의 문서를 슬쩍 보는 것만으로도 보통을 넘어선 수준임을 알 수 있었다. 수치를 도식화한 그래프는 데이터 성격에 맞게 원형, 막대, 추세선으로 구분되어 있었고, 자신의 해석을 정리한 결론도 일목요연했다. 본사 마케팅팀에서도 이 정도로 할 수 있는 사람은 몇 없었다.
“부정 내용? 어떤 것들이죠?”
영빈이 감탄하고 있는 사이, 한나가 호기심에 눈을 반짝이며 한준에게 물었다.
“동일한 흐름을 보입니다. 맛있다, 뉴욕의 맛이다,로 시작해서 하지만 느끼하다,로 이어지더군요. 그리고 약 35%의 글에서 한 번 와 봤으면 됐다,라는 반응이 보입니다”
한준의 말에 직원들 사이에서 작은 감탄이 이어질 때였다. 만호가 입을 열었다.
“그럼, 이런 건 어떨까요? 우리는 산뜻한 맛으로 해보는 거요. 유자 같은 우리 과일로…”
자신 없는 듯한 만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민주가 오른손을 번쩍 들며 외쳤다.
“맞아요! 뉴욕에서 온 미국의 맛보다는, 우리 입맛에 맞는 달콤함으로 가는 거예요!”
민주의 말에 영빈의 머릿속에 아이디어 하나가 번뜩였다.
“그렇지. 우리 절기에 맞는 제철 과일로 하면 되겠다. 여름에는 매실, 겨울에는 유자. 시즌 한정 K-테이스트, 이런 콘셉트로”
자신의 말에 한나도 호오,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영빈은 자신감이 더해졌다.
“좋아. 만호 씨가 몇 개 시제품을 만들어 봐. 바로 테스트해 보자”
이번 달 매장 법인카드 예산을 거의 다 이 스파이 활동에 쏟아부은 보람이 있구나. 영빈은 안심했다.
“그럼 이것으로 노라 크로넛 탐색을 종료하겠습니다. 모두 수고했습니다”
영빈이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아침 조회를 마치려 할 때였다. 민주가 두 번째로 오른손을 들었다.
“작전은 아직 안 끝났습니다! 점장님하고 강 매니저님, 딱 두 분만 안 다녀오셨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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