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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팀장 호진씨의 일일

나는

은고랭이 2022. 12. 8. 13:27

나는 많은 것에 담겨 당신을 찾아간다. 당신의 오감은 불현듯 내미는 내 손을 쉽게 잡아주곤 한다.

 

나는 소리에 섞여 당신의 마음을 두드린다. 그리운 멜로디는 당신과 나를 오랫동안 잊고 있던 그곳으로 데려간다. 짧은 선율은 이미 잊은 지 오래인 당신의 어떤 마음을 나와 함께 열어젖힌다. 그러나 어쩔 줄 모른 채 흐르기 시작하는 당신 뺨의 눈물은 누구의 탓도 아니다.

 

나는 냄새와 친하기에 쉽게 섞인다. 후각에 올라탄 나는 당신의 시선과 손끝까지 미친다. 순간 어지러움과 함께 찾아온 나 때문에 당신은 가끔 발걸음을 멈추고 얕은 한숨을 쉬기도 한다. 당신은 나를 반기지 않을 때도 있지만 그건 내 잘못이 아니다.

 

나는 당신이 짓는 미소와 함께 사라지고, 당신이 흘린 눈물과 함께 말라간다. 내가 찾아가는 것을 당신은 어쩔 수 없지만, 나를 보내는 것은 당신 몫이다. 떠나며 뒤돌아 보면 당신의 마음은 여러 색을 띠고 있고, 그 색은 어떨 때는 따듯하고 또 어떨 때는 아프다. 하지만 나를 미워하고, 다시는 찾아오지 말라는 색을 당신이 지닌 걸 본 적은 아직까지 없었다.

 

나는 사진으로 기록되기를 원치 않는다. 카메라를 들어 찍기보다 당신이 나를 마음에 온전히 담기를 바란다. 당신이 마음으로 남긴 그 흔적 때문에 내가 당신을 찾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당신을 무너지게 할 때도 있지만 그건 잠시일 뿐, 결국 내가 당신을 지탱하고 있다는 걸 안다. 그렇기에 당신을 찾아가는 걸 멈추지 않을 것이다.

당신은 한 명의 사람이지만 당신을 찾아갈 나는 무한하다. 그러므로 나는 당신 자신이고, 당신 삶 그 자체이기도 하다.

 

나는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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