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스팅 애드 임원 회의가 끝난 후 희철이 자리에서 일어나려 할 때, 한보경 상무가 다가왔다.
“장 상무, 차 한잔하자”
“그럴까요? 바로 선배 방으로 가시죠”
비서가 커피를 테이블에 내려놓고 나갈 때까지 두 사람은 별말 없이 앉아 있었다. 평소 실없는 농담을 툭툭 던지며 분위기를 잡아가는 보경답지 않았다. 희철보다 2년 선배인 보경은 전략가보다는 영업맨에 가까웠다. 늘 허허 웃고 다니며 주변에 적을 만들지 않는 편인 그는 임원 진급은 희철보다 늦었지만 탄탄한 광고주 라인업을 갖춘 기획 2부문장을 맡고 있었다. 둘의 스타일이 달라 딱히 친하다고는 할 수 없는 사이였지만, 그렇다고 적대하지도 않는 사이였다.

“너 얘기 들었지?” 보경이 커피 한 모금을 마신 후 씁쓸하게 웃으며 물었다. 희철은 무슨 일인지 짐작이 갔으나 모른 척 하고 엉뚱한 답을 했다.
“형님네 실적 안 좋은 거요? 그거야 뭐 하루 이틀인가?”
보경이 크게 웃으며 “그렇지. 뭐 그거야 뉴스도 아니고”라고 답했다. 기획 2부문의 가장 큰 광고주는 이너 뷰티라는 화장품 브랜드였는데, 중국 사정 등의 이유로 업계 분위기가 좋지 않아 광고비가 대폭 줄어든 상황이었다. 클클 거리며 웃음을 이어가던 보경이 고개를 들지 않은 채 툭 던지는 듯한 투로 말했다.
“희철아. 우리 트레이드 안 할래? 너네 구호진이랑 우리 양정욱이랑”

며칠 전부터 회사에 돌았던 소문이 있다. 오경종 CD가 기획 4팀의 일은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는 것이다. 4팀의 팀장이 양정욱이었다. 경종은 컴택 광고 제작을 오래 해왔기에 희철은 물론 호진과도 잘 통하는 사이였고, 밖에서 술자리를 갖는 일도 잦았다. 다소 다혈질이기는 하나 투덜대면서도 결국 일은 깔끔하게 마무리 짓는, 기획 사람들이 좋아하는 제작이었다. 경종은 디자이너 출신답게 제작물의 색감을 잘 뽑는 것으로 유명했는데 때문에 두 달 전부터 정욱이 담당하고 있는 이너 뷰티의 제작을 맡고 있었다. 일은 경종 팀의 막내 디자이너인 최유리에서 시작됐다.
“저 그만두고 싶어요. 그쪽 팀 일, 죽어도 못하겠어요”
몇 시간 동안 정욱의 팀 미팅에 다녀오면서 유리는 울고 있었다. 훌쩍이던 것이 자리에 앉자마자 통곡 수준의 오열로 바뀌었다. 어깨 들썩임이 가라앉은 후 어찌 된 일인지 묻는 팀원들에게 유리가 설명한 상황에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기획 2부문 근처 회의실은 4팀 외에 다른 누구도 사용하지 않았다. 지정된 회의실이 아니었음에도 그게 무언의 약속이었다. 왜냐하면 출근하고 퇴근할 때까지 정욱을 비롯한 팀원들이 거의 상주했기 때문이다. 아이디어 회의를 하는 것은 아니었다. 빔 프로젝터로 띄운 화면을 보면서 정욱의 지시에 따라 팀원들이 문서를 작성하는 용도로 회의실이 사용되었다. 사람들은 ‘공장’이라고 불렀다.
“폰트 좀 바꿔봐. 너무 딱딱해. 부드러운 걸로”
“표 굵기가 너무 얇아. 테두리만 더 두꺼운 걸로. 아니야. 색이 너무 짙어. 두 단계 아래로 옅은 회색으로 바꿔”
“자 이렇게 쳐 봐”라고 이면지에 자신이 펜으로 쓴 내용을 노트북 앞에 앉아 있는 팀원에게 내밀고는 의자 뒤로 몸을 기대 눈을 감는 것이 정욱이 일하는 습관이었다. 팀원들은 생각을 할 필요가 없었다. 아니 생각하는 것이 허락되지 않았다. 정욱이 종이에 뭔가를 적는 몇 십분의 시간 동안 그저 가만히 앉아 있어야 했다. 스크린 만이 밝게 빛나는 어두컴컴한 회의실에서 정욱의 펜이 움직이는 사각 거리는 소리 외에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고 아무 움직임도 없었다. 유진은 그 회의실에 반나절 가까이 있다가 나온 것이다.

“처음에는 광고 디자인 리뷰한다고 해서 그러려니 하고 갔어요. 의견 듣고 와서 CD 님께 보고하고 수정하면 되니까요”
“그렇지. 그래서 출력물은 필요 없고 노트북 가져와서 빔으로 보자고 한 게 이상했잖아”
고참 카피라이터인 윤정식이 말했다. 경종은 눈을 감은 채 이야기만 듣고 있었다. 애써 분을 삭이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원고 jpeg 파일을 열려고 하니까, 바로 포토샵을 키라는 거예요”
작은 수정은 여기서 하고 마치자는 정욱의 말에 유진은 그 정도야 여기서 하는 게 더 간단하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모델 얼굴 톤이 너무 어두워. 하얗게 닦아요”
“영어 폰트가 너무 힘이 없어, 더 엣지 있는 걸로 바꿔요”
정욱의 요구는 간단한 수준을 넘어가고 있었다. 유진이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수정하는 동안 무언가 쓱쓱 쓰던 정욱이 종이를 유진에게 건넸다.
“아무래도 이 카피는 안 맞는 거 같아. 이걸로 바꿔 입력해 봐요”
제작팀에서 컨펌한 광고의 메인 카피를 갈아치우겠다는 요구였다. 노트북 위에 놓인 유진의 손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침을 꿀꺽 삼킨 유진은 갈라지는 목소리로 답했다.
“그건 제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아요. 돌아가서 CD 님께 여쭤보고 다시 오겠습니다”
문을 닫고 제작팀으로 걸어가는 동안 유진은 분함과 모멸감에 울음이 터지기 시작했다.

“이게 제가 거기서 작업하던 거였어요”
유진이 노트북 화면을 열자 모두가 바라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경종은 슬쩍 보고는 다시 눈을 감은 채 미간을 찌푸렸다. 평소에는 불같은 성격이었으나 정말로 화가 났을 때는 오히려 얼음처럼 차가워진다는 것을 오랜 시간 함께 일해온 정식은 알고 있었다. 자신이 쓴 카피가 사라지고 기획팀이 만든 문구로 바뀌어진 광고를 보고 폭발한 것은 정식이었다.
“내 이 개자식을. 갈아 마셔버릴 거야!”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거친 숨소리로 걸어 나가는 정식을 경종은 말리지 않은 채 계속 눈을 감은 채였다.

노크도 없이 문이 벌컥 열리자 스크린을 손으로 짚으며 수정을 지시하던 정욱이 고개를 돌렸다. 정식이 성큼 걸어와 정욱의 앞에 섰다. 키 차이가 있는지라 휑하게 드러난 상대방의 정수리가 정식의 눈에 들어왔다.
“너 뭐야? 누가 제멋대로 남의 광고를 걸레처럼 망쳐놓으라고 했어?”
“무슨 말이에요? 다짜고짜 예의 없이”
“예의? 예의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너 이 자식아, 방금 우리 유리 데리고 한 짓이야말로 예의에 어긋나는 거야!”
정욱은 작게 한 숨을 쉬고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어차피 광고 최종 컨펌은 광고주가 내리는 겁니다. 광고주 취향은 당신들보다 담당 기획인 내가 더 잘 알아요. 어차피 수정 내려올 것 예상해서 미리 손 좀 봤다고, 그게 그렇게 기분 나쁩니까? 프로답게 하세요. 감정부터 내세우지 말고”
“뭐 프로? 이 자식이 끝까지…”
정식이 정욱의 멱살이라도 잡으려 달려들려는 차, 경종이 회의실로 들어왔다.
“윤 카피, 그만해. 여기서 감정 세워봐야 바뀌는 것 아무것도 없어”
씩씩 거리는 정식을 자리로 돌려보낸 후 경종이 정욱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양 팀장, 나랑 같이 당신 부문장 보러 갑시다. 시간 좀 내봐요”

늘 허허 웃는 표정의 보경이었으나 경종이 건조한 목소리로 하는 설명을 들으면서는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정욱은 시간 아깝다는 표정으로 입술만 잘근대며 씹고 있었다. 세 사람이 있는 회의실에서 잠시 정적이 감돈 후 경종이 말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오늘 부로 이너 뷰티 제작에서 손 떼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기획 4팀 제작 업무는 저희 팀과 함께 하실 생각 마세요”
“아니, 오 CD. 내가 대신 사과할 테니..”
보경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경종은 “이미 우린 기획과의 신뢰가 깨져 있는 상황입니다. 일에는 궁합이란 게 있어요. 사실 지난 두어 달간 뭔가 안 맞는다고 생각해 왔는데. 오늘 일은 하나의 징후일 뿐입니다. 대표님께는 제가 따로 설득해서 승낙 받겠습니다. 오늘부로 다른 제작팀 알아보세요”라고 말하고 일어나려 했다.
“광고주 쪽도 오 CD 제작물 맘에 들어 하고 있는데, 가뜩이나 그쪽 상황 어려워서 광고가 여의치 않아요. 여기서 제작을 또 바꾼다고 하면 대행 날아갈지도 몰라. 내가 이렇게 부탁할게. 내 얼굴 봐서라도 좀 참아주시게”
“상무님은 그렇게 말해도, 당사자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는 것 같은데요”
정욱은 사과의 말은커녕 경종을 향해 한 번도 얼굴을 돌리지 않고 있었다.
“차라리 바꾸시죠. 기획이 광고주 요구에 맞춰 제작물 수정하는 것에 이렇게 까탈스럽게 구는 제작은 저도 싫습니다”
정욱이 긴 침묵 끝에 내뱉은 말이 화를 참고 있던 경종의 인내심에 작은 균열을 만들었다.

“야”
“…”
“너 말이야 이 씨발 새끼야. 너 같은 놈들을 뭐라고 하는 줄 아냐?”
정욱이 욕을 듣고 피식하고 웃었다. 경종은 더 낮은 목소리로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철가방이라고 하는 거야. 배달 주문 받아서는 그대로 주문에 따라 음식 담아 가져다주고, 돈 받아오는 그런 기획들을 철가방이라고 한다. 알아?”
보경은 철가방이라는 말을 오랜만에 들었다. 자기 생각 없이 ‘광고주가 이거 해달래요. 광고주가 여기 바꿔 달래요’라고 주문만 전달하고 또 그대로 광고주에게 가져가는 기획들을 경멸해서 부르는 말이다.
“네 말대로 광고주 취향은 기획이 잘 안다고 치자. 그리고 우리는 쓸데없는 ‘쟁이 기질’ 내세워서 고집부린다고 뒤에서 욕하는 것도 알아. 하지만 말이야. 서로가 가진 장점을 잘 버무려서 광고주가 기대한 것보다 더 나은 결과물 가져가는 게, 그래서 걔네들 감동시키는 게 우리 일 아니냐?”
더 말해봐야 뭐 하겠냐는 듯 어깨를 으쓱하며 경종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여튼 한 상무님, 이너 뷰티 일 저하고 더 하고 싶으면, 기획 팀장을 바꿔주세요. 구호진이라면 같이 할만하겠군요”

여기서 구호진 이름이 왜 나오나. 태연한 듯 표정 관리하던 정욱은 경종의 마지막 말에 발끈했다.
“여기서 그 자식 이름이 왜 나옵니까”
“잘 생각해 봐. 최소한 그 친구는 너 같은 철가방은 아니야”
경종과 호진이 친한 사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감히 그따위 떨거지와 날 비교하다니. 정욱은 이를 갈았다. 경종이 돌아간 후, 골치 아프게 됐다는 보경의 혼잣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호진은 자신보다 1년 늦게 입사한 후배였다. 제작들이 일하기 편하다고, 괜찮은 기획 신입이 들어왔다고 평한다는 소문이 들리기 시작할 때부터 조금씩 거슬렸던 녀석이었다. 기획은 광고주와 잘 지내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광고비는 그들에게서 나오니까. 회사 내부의 제작과 매체 부서는 광고주를 위한 도구일 뿐이었다. 제작이 말하는 완성도? 예술적 가치? 광고주에게 팔리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것이 정욱의 믿음이었다. 광고주의 요구라고 거짓말하며 제작물 변경을 서슴지 않았다. 광고주가 좋아했으니 됐다. 이게 기획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팀원들을 회의실에 모아놓고 광고주 회사의 내부 품의 문서도 만들어줬다. 광고주는 최고의 서비스라며 좋아했다. 그들의 양식에 맞춰 폰트와 단어, 도표의 모습까지 매번 바꿔 만들었다. 어느 틈에 아무도 자기 의견을 말하지 않는 팀 분위기가 굳어갔지만 정욱은 개의치 않았다. 하지만 왜 구호진의 이름이 여기서 튀어나왔지? 나가보라는 보경의 말에 자리로 돌아가며 경종은 곰곰이 생각하던 중, 호진이 스팅 애드를 그만두고 영화 회사로 옮긴 후의 일이 기억났다.

“광고주가 이렇게 인쇄광고 수정해 달라고 하는데요”
아직 대리였던 정욱은 광고주 미팅을 다녀오자마자 제작팀으로 갔다. 내일까지 수정해서 다시 보여달라는 광고주의 요구 때문에 시간이 없었다. 출력해 간 원고에는 빨간 네임펜으로 광고주가 표시해 놓은 부분이 여기저기 지저분하게 표시되어 있었다.
“뭐야. 너 철가방이야? 이렇게 알아볼 수도 없게 해오면, 우리는 아이고 알았습니다, 하고 고쳐주면 되는 거야?”
그때의 담당 디자이너가 경종이었다. 아직 팀장은 아니었지만 디자인 실력은 인정받고 있었다. 저기 앉아서 수정사항 타이핑해서 바로 출력해 오라는 말에 정욱이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던 중이었다. 경종은 지난주 다녀온 해외 촬영 이야기를 동료에게 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아직 대리도 안 단 녀석이 기획으로 혼자 온다기에 걱정했죠. 해외 촬영이란 게 워낙 변수가 많잖아요. 그런데 호진이 걔, 완전 물건이더라고요”
정욱도 건너 들었다. 광고주도 함께 가는 홍콩 해외 촬영에 갓 들어온 신입사원이 갔다는 것. 아직 자기도 못 가본 해외 촬영이었기에 속이 쓰린 소문이었다. 거기 같이 간 제작 담당이 경종이었던 듯했다.
“날씨가 갑자기 안 좋아서 촬영 마지막 날 공쳤거든요. 어떻게 해요. 예산은 없지. 그래도 다행히 메인 장면을 찍어 놔서, 광고주가 그러는 거예요. 이 정도로 촬영 접고 마무리하자고”
“근데 하루 더 있다 왔잖아?”
“호진이가 고집 피워서 그랬어요. 그 장면 빠지면 안 된다고. 대신 스태프들하고 지미집 등 비싼 장비는 철수 시키자고. 그러면 약간 남은 예비비로 하루 더 찍을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경종이 감탄하며 말을 이었다.
“현지 코디네이터는 안된다고 튀었지. 호진이가 대신 영어로 현장을 조율하더라니까요. 호텔비도 아끼려고 마지막 밤은 같이 잤는데, 새벽에 깼어요, 시끄러워서”
“왜 뭔 일 생겼어?”
“아니, 글쎄 구호진 그 녀석이 영어로 잠꼬대하더라니까. 크크. 막 소리 지르면서 플리즈, 영어로 어쩌고저쩌고 하는데. 말은 안 했지만 꿈에서도 스트레스 받았나 보더라고”
“어린 녀석이 대견하네. 광고쟁이 다 됐어. 그게 어제 내부 시사한 그거야? 잘 나왔던데”
“오히려 거칠게 찍어서 느낌이 더 살죠? 나도 좋은 경험했어요. 돌아보니 재미도 있었고”
야 철가방, 다 됐으면 가져와,라는 경종의 말이 처음에 들리지 않을 정도로 정욱은 질투심에 불타고 있었다.

“아니, 농담이 지나치시네 형님. 나도 그 소문 안 들은 건 아닌데, 그래도 어떻게 그 둘을 바꿉니까? 엮여있는 광고주도 한 둘이 아니고”
“내가 답답해서 그러지. 에휴, 아니야. 그냥 한 번 해본 말이라고 생각해”
평소답지 않게 기운 없어 보이는 보경을 보고 희철이 작게 한숨 쉬며 바로 전화기를 들었다.
“오늘 저녁에 시간 좀 내 봐요. 돈 좀 쓸 작정하고”
통화 연결음이 흐른 후 희철이 상대방에게 말했다.
“야 경종아. 너 오늘 나 좀 보자. 한 명 더 하고. 술값 걱정은 말고 몸만 와. 너 좋아하는 복어회 사줄게. 그래”

다음 날 오경종 CD와 양정욱 팀장이 만나 서로 사과했다. 자리에 함께 한 두 부문장은 두 눈이 새빨갰고, 입에서는 술 냄새가 진하게 풍기고 있었다. 장희철 상무는 점심시간이 다 되어서야 출근했다. 회의실을 점거하던 기획 4팀은 철수했고, 정욱의 자리 옆 테이블에 큰 모니터가 하나 생겼다. 팀원들이 거기에 옹기종기 모여 모니터를 쳐다보는 풍경이 자주 연출됐다.

기획 2팀의 정유진 사원이 컴택의 인쇄광고 브리프를 작성해 오경종 CD팀에 설명하러 온 자리였다. 글로 정리된 브리프 옆에 이것저것 샘플 이미지를 출력한 종이가 여러 장 놓여 있었다. 유진이 하나씩 들며 “저희가 생각하는 레퍼런스 이미지는요”라고 설명하려던 참이었다.
‘오랜만에 보는 방법이네. 주제넘게 기획 주제에 이미지 고민해 오는 게’ 경종이 생각하며 유진에게 물었다.
“너네 팀장 요즘도 영어 잘 하냐?”
무슨 영문인지 모른 채 눈을 깜빡이는 유진을 보며 경종이 피식 웃었다.

'[소설] 팀장 호진씨의 일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 남자가 살아지는 법  (0) 2022.07.07
벨을 눌러줘  (1) 2022.07.04
상식을 이기는 전략은 없다  (0) 2022.02.17
그 남자가 순댓국을 먹는 방법  (0) 2022.02.01
집에서 집으로 가는 길  (0) 2022.01.31
최근에 올라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