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지막 손님이 앉아있던 테이블을 정리하고 일어났다. 1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내려가는 그들에게 매장을 정리하던 민주가 밝게 웃으며 “감사합니다. 또 찾아 주세요”라고 인사했다. 이제 2층 매장에는 민주를 빼고는 아무도 없었다. 텅 비어 있는 그 공간을 그녀는 한참 동안 천천히 둘러봤다. 잠시 후 휘유, 짧은 한숨과 함께 매장의 조명 스위치를 내렸다. 그렇게 카페 토라세 방배점에서 민주의 마지막 날이 끝났다. 영업을 마치고 퇴근하는 직원들 모두가 민주에게 한 마디씩 작별 인사를 건넸다. 막냇동생을 어디론가 멀리 보내는 오빠의 표정을 짓고는 ‘건강해요, 가끔 놀러 오고’라면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민주는 한 명씩 그들의 얼굴을 마주하며 애써 명랑하게 예압,이라고 장난기 어리게 웃으며 답했다. 서한준이 어떻..

홀로 남은 매장 사무실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강한나는 지금의 적막이 어색했다. 부점장으로서 이곳에 들어왔을 때는 늘 말을 건넬 점장이 있었다. 이제는 그 책상에 자신이 앉아 있다. 노트북을 열어 최근 매출 현황을 점검하고 메일을 확인해 봐도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다. 더 이상 여기서 할 일은 없었다. 한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 문을 열고 매장 쪽으로 걸어가며 생각했다. ‘유영빈이 이래서 계속 사무실 밖에 있었나 보네. 불편해서 못 있겠어’ 이른 평일 오전이라 손님은 드물었다. 어제와 다를 것 없는 일상이었다. 하지만 한나에게는 매장의 풍경과 직원들의 모습이 예전과는 어딘가 달리 보였다. 예전에는 매장 곳곳에 잘못된 곳이 없는가를 매서운 눈초리로 살펴보곤 했다. 오늘은 직원 중 누가 힘들어 보이는 사..

카페 토라세 방배점 아침 조회 시간. 사무실 중앙에서 유영빈이 나란히 옆에 선 강한나를 보며 말했다. “점장님, 조회 시작할까요” 영빈이 한 발짝 뒤로 물러섰고 한나가 목을 가다듬고는 맞은편의 매장 직원들을 한 번 둘러봤다. “오늘부터 방배점 점장으로 일하게 된 강한나입니다. 잘 부탁, 아. 부끄럽네요” 한나가 말을 마치지 못하고 쑥스러운 듯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직원 중 누군가 ‘강한나 점장님, 축하합니다’라며 시작한 박수에 모두가 함께 손뼉을 치기 시작했다. 어제 늦은 오후에 조직개편 발령이 사내 게시판에 올라왔다. 유영빈 점장의 본사 복귀는 이미 알고 있던 만큼 더 이상 새로울 게 없었다. 매장 직원들을 술렁이게 만든 것은 두 건의 발령이었다. 강한나 과장 – 명) 방배점 점장 서한준 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