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쯤 철가면의 그녀는 기다리던 그 순간을 맞이했을까. 그랬을 것이다. 나에게 다음 차례라는 조짐이 찾아왔으니. 전철을 타고 집에 도착해서 화장실 거울을 봤을 때 알아차렸다. 얼굴을 가린 돌이 조금 더 넓어졌다. 몰랐던 사이 턱과 하관까지 돌로 덮여 있었다. 내 얼굴은 프로 레슬러가 가면을 뒤집어쓴 것처럼 입술 주변만 피부로 남은 채였다. 이번은 마음속 유리에 금이 가는 등의 어떤 징조도 없었다. 그저 이제 때가 되었다. 그래서 이렇게 된 것일 뿐,이라는 담담한 예언 문구를 읽는 기분이었다. 그녀처럼 나도 기다릴 뿐이다. 누군가 나를 발견해 주기를. 놀란 마음을 주체하지 못한 채 두근거리며 내게 다가오기를. 그러면 나 또한 예전부터 전해 내려온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다. 그리고 내게 찾아올 그 마지막 순간..

서점 입구 맞은편의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겼다. 마주 앉았지만 둘 중 아무도 아직 입을 열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가 재킷을 벗자 반소매 셔츠 밖으로 얇은 금속 재질의 타이즈를 입은 듯한 팔이 나왔다. 팔뚝부터 손가락까지 모두 미끈한 철에 덮여 있었다. 생활하기에는 나보다 편하지 않을까. 내 경우는 돌의 양감이 조금이지만 항상 느껴진다. 움직임도 그전보다 아주 약간 둔해진 기분이다. 이런 생각을 할 때였다. 테이블 위에 양 팔꿈치를 대고 느슨하게 깍지를 낀 내 손등에 그녀의 손가락이 닿았다. 예고 없이 팔을 뻗어 몇 번을 가볍게 문지르듯 손가락으로 내 손등을 만졌다. 순간 느껴진 것은 서늘함이었다. 그녀의 손가락에서 전해오는 온도는 얼음 같은 차가움보다는 더운 날 집에 와서 냉장고를 열었을 때 나오는 청량한..

인사 팀장과의 면담을 마치고 회의실에서 나오자 오른 팔꿈치가 우두둑하는 소리와 함께 돌로 변하기 시작했다. 면담이라기보다 경고 통보에 가까운 자리였다. 우리 팀의 두 사람이 주축이 되어 팀원 모두가 단체 행동을 했다. 인원이 모자란 상황에서 충원도 없이, 팀장인 내가 강압적인 문화를 만들어 너무 힘들다는 고충이 접수됐다고 했다. 그에 대한 사실 조사 차원의 자리였다. 생각하지도 못한 이야기를 들으며 귀에 이명이 들릴 정도로 나는 당황했다. 그때 이미 오른팔에 무언가 변화의 조짐은 있었다. 모두 내 잘못이고 내가 모자란 탓이라고 나는 말했다. 어떤 핑계도 통하지 않을 상황이었다. 직장 내 괴롭힘이란 말로 모든 것이 정리되는 분위기인 것이다. 다행히 징계 등의 인사상 불이익 없이 구두 경고로 마무리되었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