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에는 오른쪽 팔꿈치가 돌로 변했다. 어딘가 딱딱해질 것 같은 예감이 요 며칠 들었는데 자고 일어났더니 역시 그렇게 됐다. 이제 온전한 피부로 남은 곳은 얼굴과 가슴 언저리, 그리고 팔꿈치를 제외한 오른팔뿐이다. 다른 곳은 모조리 돌이 되었다. 공사판에서 볼 수 있는 벽돌과 같은 회색이다. 만지면 꺼끌꺼끌하고 움직일 때는 예전보다 아주 조금 묵직한 기분이 든다. 그나마 움직임이 불편하지 않아 천만다행이다. 영화에 나오는 슈퍼 히어로 중에도 돌로 변하는 캐릭터가 몇 있는 걸로 아는데 그들도 나와 비슷하게 느낄까. 몸이 돌로 변할 것 같을 때가 있다. 며칠 전에도 그랬다. 징조는 항상 같다. 마음이 딱딱해지는 경우다. 상처를 입거나, 실망을 하거나, 어떤 사람이나 일 때문에 대책 없이 슬퍼질 때다. 화가 ..

여길 가야만 하나. 청첩장을 손에 들고 진욱은 한숨을 내쉬었다. 다음 주 토요일 결혼식이다. 주소를 보니 낯선 지방이지만 서울에서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을 법한 위치였다. 정작 마음에 걸리는 건 결혼을 알려온 신랑이 경조사를 챙길 정도로 친한 사이가 아니라는 데 있었다. 축의금 이체로 대신할 수 있으면 그걸로 할 텐데 청첩장을 몇 번씩 살펴봐도 ‘마음을 전하실 분’에게 안내하는 계좌 번호는 없었다. 카카오뱅크 이체도 하기 어려웠다. 그의 전화번호는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었지만 카톡 친구 메뉴를 업데이트해도 친구 목록에 뜨지 않았다. 그럴 법도 했다. 진욱이 아는 사람 중 가장 디지털과 먼 존재였다. 휴대폰을 가지고 있는 것이 놀라울 정도였다. 그런 그와 만난 곳이 온라인 커머스 회사였다는 게 농담처럼 느..
오늘도 출근길에 고기 굽는 냄새가 풍겨온다. 이른 아침이라 식욕을 자극하기는커녕 기름진 내음에 인상이 찌푸러진다. 버스 정류장 근처에 24시간 고깃집이 있다. 건물 앞 꽤 넓은 공간에 포장마차처럼 커다란 차양을 올린 채 둥그런 드럼통 모양의 식탁을 열 개 남짓 늘어놓고 장사를 하는 집이다. 퇴근할 때 길 건너편 정류장에 내려서 보면 저녁 손님으로 꽤나 북적이곤 했다. 장사도 그만하면 잘 되는 듯한데 적당히 쉬면서 할 것이지. 종일 가게를 열면 운영비나 뽑을 수 있을까. 아침에는 자리도 거의 비어 있는데. 회사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면서 거기 있는 사람들을 힐끔거리곤 했다. 도대체 누가 이 시간에 고기를, 거기다 술까지 곁들이면서 먹고 있는 걸까. 직업을 있는 사람들인가. 밤부터 마시기 시작 한 거면 술이 ..